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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겨울의 제철음식으로 메밀국수에 무김치나 배추김치를 말아 돼지고기를 올려 먹는 냉면(冷麵)이 있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냉면이 겨울철 음식이라고?

 그렇다. 특히 우리가 아는 물냉면은 평양냉면이고,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으로 6.25 이후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고향음식을 만든데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진다.

 왜 그 추운 북쪽지역에서 겨울에 찬 국수를 먹었을까?

 여기에 자연의 이치가 담겨져 있다.

 우리 몸은 여름과 겨울의 계절변화에 따라 자연이 드러내는 현상과 같은 현상을 보인다.

 지금은 추억속으로 사라진 우물을 생각해보자.

 여름에 날씨는 매우 덥지만 우물물은 시원하고 차갑다. 땅의 외부 기온이 더울 때 내부 우물물의 온도는 상대적으로 차갑다. 우리 몸도 여름에는 외부가 더워지고 내부가 상대적으로 차가워진다.

 반대로 겨울에 날씨는 매우 춥지만 우물물은 따뜻하다. 땅의 외부 기온이 추울 때 내부 우물물의 온도는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우리 몸도 겨울에는 외부가 차가워지고 내부가 상대적으로 더워진다.

 태극기에 있는 팔괘 중 이괘(離卦, ☲, 여름을 상징하는 괘)와 감괘(坎卦, ☵, 겨울을 상징하는 괘)에도 그 이치가 담겨져 있다.

이제 왜 더운 여름에 땀흘리며 삼계탕을 먹고, 추운 겨울에 찬 냉면을 먹었는지 눈치를 채셨나요?

여름에는 우리 몸 내부가 상대적으로 차갑기 때문에 더운 삼계탕을 먹어 내부를 따뜻하게 함으로써 몸 외부와의 온도의 차이를 줄여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아니라 이열치한(以熱治寒)인 것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여름에는 찬 것을 먹지 말라고 했지요, 배탈 난다고, 내부가 차가운데 또 찬 것을 먹어 더 차게 하면 안된다는 거지요.

겨울에는 우리 몸 내부가 상대적으로 덥기 때문에 찬 냉면을 먹으면 내부가 좀 차가워져도 몸 외부의 온도와 균형의 이루게 되므로 괜찮은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에 찬 냉면을 먹으면 몸이 떨려도 배탈은 안난다는 거지요.

그렇지만 우리 몸 전체의 상대적 균형을 보면 소화기 장기가 있는 복부는 항상 따뜻해야 하므로 찬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따라서 음식이나 음료는 항상 따뜻하게 먹는 것이 소화와 건강에 도움이 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글 김호현 교수｜세명네이처 대표 ·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예과 교수